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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모도원(日暮途遠)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 평왕(平王)의 신하 중에 오자서(伍子胥)가 있었는데, 아버지 오사(伍奢)와 형 오상(伍常)이 평왕에게 죽었다. 오자서는 급히 오(吳)나라로 도망을 갔고, 오(吳)나라에서 행인(行人:요즘, 외교통상부장관직)이 되었다. 오자서는 오(吳)왕 합려를 설득해 직접 군사를 이끌고 초나라를 공격하여 함락했는데, 원수인 평왕은 이미 죽은 이후였다.

그러자 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에서 시신을 꺼내 300번이나 채찍질을 가했다. 오자서의 친구 신포서(申包胥)가, ‘일찍이 평왕의 신하로서 왕을 섬겼던 그대가 지금 그 시신을 욕되게 하였으니, 이보다 더 천리(天理)에 어긋난 일이 또 있겠는가?’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오자서가 ‘吾日暮途遠故倒行而逆施之’(해는 지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후회했다.
사기(史記) 〈오자서열전(伍子胥列傳)〉의 이야기다.

아직 연말과 연초도 아닌데,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는 4사성어가 회자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하여 대통령과 최순실과 관계자를 조사해야 할 검찰이... ‘시간은 없고 해야 할 일은 많기 때문에...’ 하소연을 하면서 ‘일모도원’이라는 말을 했다.

우리의 대통령이고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해는 지고 갈 길은 멀다고 해도, 역사 앞에 어긋나지 않고, 더더욱 사교로 인하여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을 낱낱이 파헤쳐 국민과 도리에 어긋나지 않고 역사 앞에 오점이 없어야 할 것이다.

참 세월이 빨리도 흘러간다.
벌써 11월의 중순이 되었고,
낙엽은 떨어지더니 더 웅크리고 있다.

저만치 신년 목회를 준비하노라니
日暮途遠(일모도원)에 마음마저 쫒기면서
벌써 한 살을 또 먹은 착각을 한다.

지혜자의 말과 같이 우리의 날을
계수하며 지혜로운 마음으로 세월을
아끼고 믿음으로 살다가
종말론적, ‘마라나타’ 신앙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