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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바벨탑’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에틴거(Robert Ettinger)는 1962년 ‘냉동인간’(The Prospect Immortality)이란 책을 출간했다. 그 후, 캘리포니아 대학 심리학 교수였던 베드퍼드 박사는 자신이 불치의 간암에 걸림을 알고, 자처하여 1967년 1월(74세)에 냉동인간이 되었다. 훗날 의학이 발전하면 소생해 병을 고치겠다는 희망에서다. 과연 죽은 사람이 살아날 수 있을까?

미국의 애리조나 주에는 ‘알코르생명연장재단(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이 있는데, 비영리 재단인 이곳에는 150명이 넘는 시신이 ‘듀어’에 냉동으로 보관되어 있고, 일부는 수십 명의 머리만 냉동되어 있는데, 머리만 있다면 미래에 몸까지 재생할 수 있다는 이론에서란다. 냉동인간은 환자가 임종을 맞자마자, 즉시 몸에서 피를 뽑아낸 후, 최소 5~6개 화학물질을 섞어서 만든 냉동보존액을 24시간 동안 넣어 서서히 체온을 영하60도까지 낮추고, 이후 액체질소 등을 사용해 하루가량 더 온도를 낮추면, 최종적으로 영하 196도까지 내려가고... 얼린 뒤 장기간 보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비용은 15만 달러이며, 머리만 보관하면 8만 달러란다. 지금 전 세계 냉동보관 중인 시신은 아마... 200구가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러시아의 냉동보존업체와 손을 잡고 서울에 사무소를 내고, 고객들로부터 상담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임종을 맞은 직후 시신을 얼려 러시아로 옮겨 냉동보관 한다는 것이다. 경비는 수 천 만원이 될 것이나 정확히 알 수 없다. 냉동 인간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냉동이 풀려도 복잡하기 그지없는 신경세포와 기억회로망이 되살아날까? 살아난다고 하여도 새로운 세상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 많은 과학자들은 모두 불가하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보면서... 현대의학이 바벨탑을 너무 많이 쌓고 있다는 것이다. 설령 살아난다고 하여도, 이미 나의 가족들은 다 죽어 버렸고, 사랑하는 자식마저 다 죽고,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말인가?

‘우리의 연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시90:10) 라고 했으니, 아프지 않고 장수하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요, 길지 않는 인생길에, 우리는 서로서로 ‘눈앞에 있을 때,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며 사는 것’이... 이 시대의 지혜자일 것이다.

‘눈앞에 있을 때,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면서, 아름다운 발자취를 남기고 살자.’